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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turday, February 2, 2013

끝이있으면 시작도 있겠지

내 기억속에 끝이란 항상 후련함이었고 또 기대였다. 대부분의 끝은 전환기 없이 순식간에 시작으로 이어졌기 때문에 난 끝이라는것에 대해 그다지 생각해본 기억이 없다.

오늘은 2년동안 살았던 기숙사의 짐을 쌌다. 포트폴리오 작업이 끝나고 문득 2월이 왔다는걸 알아채고 다음주는 연휴니 이번주밖에 이사할수 없다는걸 알고 이틀만에 떠나기로 결정했다. 2년동안 나의 삶이. 나의 시간이 하나의 중력처럼 내 주위에 참 많은 물건들을 모아온것같다. 올때는 캐리어와 이불뿐이었는데 돌아갈때는 박스가 몇개씩이나 될정도로 짐이 늘어났다. 순식간에 짐을 싸고 청소를 하고 책상의자에 앉아서 텅빈 책상과 아직 하룻밤자야하므로 남겨둔 이불이 덩그라니 보였다. 이사왔을때 첫날이 기억났다. 첫날에도 내방은 이런모습이었다. 어색하게 텅비어진 방. 2년전 서울대 대학원에 입학해서 왠지모를 설레임을 지녔던 조금 어렸던 내모습이 기억났다. 모든게 너무 낯설고 어려웠던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모든게 너무 익숙해서 정말 내 동네 같은 느낌이다.

대학원 생활의 시작은 어색했다. 처음보는 사람들 처음보는 동네. 정신없이 순식간에 시간이 지났다. 몇주전 논문을 쓰면서 굉장히 허무했다. 내가 여기 와서 2년동안 얻은게 뭘까. 시간을 너무 허무하게 보낸것 아닌가. 떠나는 전날인 오늘의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한다. 체코를 떠날때 난 너무 좋았다. 그런데 여기를 떠나는건 너무 슬프다. 2년동안 나는 많은 사람을 만났고 많은걸 배웠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나는 2년동안 정말 다른사람으로 성장했다. 많은걸 배웠기 때문에 떠나는것이 이렇게도 슬픈것 같다.

나는 다시 또 다른곳으로 떠나간다. 이번 끝은 조금 길다. 시작이 언제쯤 올지. 어디서 어떤 시작을 하게될지 잘모르지만 그것이 올거란건 잘 알고있다. 내 짐들은 새로운놈들과 그리고 오랜된놈들이 내 정말 집집. 방방 에서 섞이게 될것이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고 어디론가 떠나게 될때, 오래된놈 새로운놈들이 섞여서 또 새로운 물건들을 만나고 새로운 집 새로운방 새로운 도시로 갈것이다.

나는 방을 좋아한다. 난 내방에 두는 의미가 크다. 내가 살았던 방들에는 내가 좋아하는 방들만의 매력이 있었다. 20살 초반에 살았던방은 초록 콧물색 벽지가 매력이었고 큰창으로 해질때 방 전체가 노랗게 물드는것이 매력이었다. 체코에 있을때 살았던 방의 매력은 플랫 맨 구석에 있어서 아침에 사람들 방해를 받지 않았던점. 정말 큰 창문 밖으로 보이는 밤 가로등 그 불빛 하나였다. 20살 중반에 지금도 살고 있는 집의 방은 높은 천장고와 넓은 면적과 창문 밖으로 보이는 동탄 신도시의 아파트의 장관이 매력이다. 2년을 산 이 기숙사 방의 매력은 색이 오묘하게 다른 천장 모서리가 매력이었다. 또 하나의 방을 이제 갖게 될 생각에 조금은 두근거린다.

안녕. 예쁘고 우울했던 모서리를 갖고있던 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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